로베르트 무질,『특성 없는 남자』(1), 안병률 옮김, 북인더갭, 2013.
휴양지와 해수욕장
번역자와 편집자는 번역문에 나오는 지명을 반드시 지도에서 찾아보아야 한다.
다음은, 그렇게 하지 않아서 생긴 오역.
대도시 거리를 두 사람이 걷고 있다.
“아마 그들의 이름은 아른하임과 에르멜린다 투치였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정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투치 부인은 그의 남편과 8월엔 아우스제 해수욕장에 있을 것이고, 아른하임 박사도 아직은 콘스탄티노플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13쪽)
→ “아마 그들의 이름은 아른하임과 에르멜린다 투치였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정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투치 부인은 그의 남편과 8월엔 바트 아우스제에 있을 것이고, 아른하임 박사도 아직은 콘스탄티노플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어 원문: Bad Aussee = 오스트리아 중부 내륙, 알프스 산맥에 있는 휴양도시
독일어 Bad에는 ‘해수욕장’이란 뜻이 있다. 그래서 ‘아우스제 해수욕장’으로 옮긴 듯.
하지만 Bad는 휴양지, 특히 온천장이 있는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 명사로도 쓰인다.
몇 가지 예: Bad Heilbrunn. Bad König, Bad Harzburg, Bad Waltersdorf.
“리스본에 가기 전부터 나는 리스본이 좋았다. 발단은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소설이었다. 외국 소설을 읽을 때 주로 하는 짓인데, 나는 주인공이 내린 산타아폴로니아 역의 위치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확인하려고 구글 어스를 실행한 채 독서를 했다.”
─소설가 김연수, <한겨레>(2015. 8)
번역서를 읽는 독자도 이러할진대, 번역자와 편집자는 더욱더 꼼꼼하게 지명을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