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그라스,암실 이야기, 장희창 옮김, 민음사, 2015(5).

 

파울헨

 

그때 나는 슈테글리츠의 카르슈타트에 살았던 내 친구 고트프리트와 물건 몇 개를 훔쳤어. 빗 하나, 손거울 하나, 그리고 자그마한 물건 하나였지. 하지만 백화점 경비가 현장에서 우리를 붙들었고 바로 경찰을 불렀어.”(215)

 

그때 나는 슈테글리츠의 카르슈타트 백화점에서 내 친구 고트프리트와 물건 몇 개를 훔쳤어. 빗 하나, 손거울 하나, 그리고 자그마한 물건 하나였지. 하지만 백화점 경비가 현장에서 우리를 붙들었고 바로 경찰을 불렀어.”

 

독일어 원문: Da hab ich mit meinem Freund Gottfried bei Karstadt in Steglitz paar Sachen geklaut, einen Kamm, einen Taschenspiegel und noch ne Kleinigkeit. [...]

 

bei Karstadt = 카르슈타트 백화점에서

 

카르슈타트 백화점 = 1881년 설립된 독일 백화점. 독일 전역에 약 80여 개 매장이 있다.

 

오류를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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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세계의 구조

 

얼마 전 나는 기막힌 감정의 불꽃에 사로잡혔다. 나는 히틀러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 사진 몇 장을 보곤 감격했다.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가족 중 몇몇은 나치 수용소에서 죽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되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줬던 히틀러의 사진에 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히틀러와의 화해는 영원한 회귀란 없다는 데에 근거한 세계에 존재하는 고유하고 심각한 도덕적 변태를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런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용서되며, 따라서 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11)

 

얼마 전 나는 기막힌 감정에 사로잡혔다. 나는 히틀러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 사진 몇 장을 보곤 울컥했다.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가족 중 몇몇은 나치 수용소에서 죽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되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줬던 히틀러의 사진에 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히틀러와의 화해는 영원한 회귀란 없다는 데에 근거한 세계에 존재하는 고유하고 심각한 도덕적 도착(倒錯)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런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용서되며, 따라서 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원문: Il n’y a pas longtemps, je me suis surpris dans une sensation incroyable : en feuilletant un livre sur Hitler, j’étais ému devant certaines de ses photos ; [...]

Cette réconciliation avec Hitler trahit la profonde perversion morale inhérente à un monde fondé essentiellement sur l’inexistence du retour, car dans ce monde-là tout est d’avance pardonné et tout y est donc cyniquement per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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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그라스,암실 이야기, 장희창 옮김, 민음사, 2015(5).

 

라라, 그라스 첫째 딸

 

도자기 도제

 

도버스도르프 호숫가 장인 밑에서 내가 도자기 수업을 마친 직후 너희들을 방문했을 때 말이야. 그는 자기 도제들에게 어떤 비밀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지. 그래서 내게 일기를 큰 소리로 낭송하라고 강요했어. 모두들 식탁에 모여 있는 아침 식사 시간에 말이야. 나는 거절했지만, 그 일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카밀레에게도 아빠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그래서 난 슐라이 강변의 카펠른으로 갔고, 거기서 다른 선생을 찾아 아주 정상적으로 수업을 마치게 되었던 거야. 심지어 거기 헤센 주 촌구석에서 일자리를 얻기도 했지.”(210)

 

도버스도르프 호숫가 장인 밑에서 내가 도자기 수업을 마친 직후 너희들을 방문했을 때 말이야. 그는 자기 도제들에게 어떤 비밀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지. 그래서 내게 일기를 큰 소리로 낭송하라고 강요했어. 모두들 식탁에 모여 있는 아침 식사 시간에 말이야. 나는 거절했지만, 그 일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카밀레에게도 아빠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그래서 난 슐라이 ()을 끼고 있는 카펠른으로 갔고, 거기서 다른 선생을 찾아 아주 정상적으로 수업을 마치게 되었던 거야. 심지어 헤센 촌구석에서 일자리를 얻기도 했지.”

 

독일어 원문: [...] weshalb ich weg nach Kappeln an der Schlei bin, [...] Fand sogar Arbeit in einem Kaff in Hessen, [...]

 

 

슐라이Schlei는 강이 아니라 만(Meeresarm).

 

카펠른Kappeln은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에 속함.

 

따라서 심지어뒤에 있는 거기는 삭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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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그라스,암실 이야기, 장희창 옮김, 민음사, 2015(5).

 

귄터 그라스

 

정치 활동, 선거전

 

“[...] 아버지는 종종 차를 타고 쇠네베르크 시청으로 갔던 것 같아.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장벽 설치 직후에 늙은 아데나워와 맞서 싸웠던 서베를린 시장을 도우려고 했거든…….

도시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지.

그 늙은이는 인디언 추장처럼 보였어.

하지만 아버지는 우리가 산책을 나갈 때면 언제나 다른 쪽 현수막만을 가리키며 말했어. <나는 저 사람을 지지한다. 너희도 이름을 기억해 둬.>

그래, 현수막에 적힌 이름은 빌리였어. [...]”(54, 문장부호 수정 및 부분삭제 인용)

 

“[...] 아버지는 종종 차를 타고 쇠네베르크 시청으로 갔던 것 같아.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장벽 설치 직후에 늙은 아데나워와 맞서 싸웠던 서베를린 시장을 도우려고 했거든…….

도시 곳곳에 걸린 포스터에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지.

그 늙은이는 인디언 추장처럼 보였어.

하지만 아버지는 우리가 산책을 나갈 때면 언제나 다른 쪽 포스터만을 가리키며 말했어. <나는 저 사람을 지지한다. 너희도 이름을 기억해 둬.>

그래, 포스터에 적힌 이름은 빌리였어. [...]”

 

독일어 원문: Auf Plakten konnt man die beiden überall in der Stadt sehn.

 

Plakat = 포스터

 

 

그것은 벌써 아버지가 개입한 두 번째 선거전이었어. 네가 막 태어났을 무렵인 사 년 전에도 아버지는, 그때 겨우 시장이었던 브란트와 사회민주당을 위해 뛰어다녔어. 아버지는 사민당을 위해 현수막을 만들기도 했지. 그중 하나에는 닭을 그려 놓았는데, 그 닭은 <에스페데!>하고 울었지.”(79, 문장부호 수정인용)

 

그것은 벌써 아버지가 개입한 두 번째 선거전이었어. 네가 막 태어났을 무렵인 사 년 전에도 아버지는, 그때 겨우 시장이었던 브란트와 사회민주당을 위해 뛰어다녔어. 아버지는 사민당을 위해 포스터를 그리기도 했지. 그중 하나에는 닭을 그려 놓았는데, 그 닭은 <에스페데!>하고 울었지.”

 

독일어 원문: [...] für die Vater sogar Plakate gemalt hat, [...]

 

Plakat = 포스터

 

 

참고로, 독일은 선거 때 우리처럼 현수막을 사용하지 않는다.

 

여기에 언급된, 실제 포스터를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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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정체성(밀란 쿤데라 전집 9),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2(21).

 

누락(2)

 

샹탈과 장마르크, 대화.

 

“<뒤마는 총사들의 이야기를 이백 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두고 썼어. 그에게는 우정을 상실한 세계에 대한 향수가 이미 그때부터 있었던 걸까? 아니면 우정이 실종된 건 보다 최근 현상일까?>

<나는 대답할 수 없어. 우정이란 남자들 문제야. 그건 그들의 낭만주의지. 우리 것은 아니야."

장마르크는 코냑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그의 생각으로 돌아왔다. <우정이 어떻게 생기는 걸까? 필경 적대자에 대한 하나의 연대감, [...]>”(55, 부분삭제 및 문자부호 수정인용)

 

“<뒤마는 총사들의 이야기를 이백 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두고 썼어. 그에게는 우정을 상실한 세계에 대한 향수가 이미 그때부터 있었던 걸까? 아니면 우정이 실종된 건 보다 최근 현상일까?>

<나는 대답할 수 없어. 우정은 여자들의 문제가 아니야.>

<무슨 뜻이야?>

<내 말은 이거야. 우정이란 남자들 문제야. 그건 그들의 낭만주의지. 우리 것은 아니야.>

장마르크는 코냑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그의 생각으로 돌아왔다. <우정이 어떻게 생기는 걸까? 필경 적대자에 대한 하나의 연대감, [...]>”

 

프랑스 원문: [...] Était-ce déjà chez lui la nostalgie de l'univers perdu de l'amitié ? Ou la disparition de l'amitié est-elle un phénomène plus récent ?

- Je ne peux pas te répondre. L'amitié, ce n'est pas le problème des femmes.

- Que veux-tu dire ?

- Ce que je dis. L'amitié, c'est le problème des hommes. C'est leur romantisme. Pas le nôtre. "

Jean-Marc avala une gorgée de cognac, puis revint à ses idées : " Comment l'amitié est-elle née ? Certainement comme une alliance contre l'adversité, [...]

 

빠져서, 뒤죽박죽이 된 대화를 보완하고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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